방의 모퉁이를 썰어낸 듯한 기하학적 형태의 입체 작품들이 전시실에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한 시절의 기억을 구성하는 공간이 작은 조각으로 해체되어 공중을 떠다닙니다.
<기억이 어떤 형태를 이룰 때>는 소환할 때마다 매 순간 왜곡되거나 재구성되는 기억의 본질적인 모순과 허구성을 탐구합니다.
전체에서 자유롭게 분리되어 나온 구조물들은 마치 한 개인의 기억이 물리적 법칙을 초월해 무중력 상태에 놓인 것처럼 떠다니며, 관람자에게 선형적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넘어서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어떤 일이라도 과거가 되고 기억으로 저장되면 내 편한대로 바뀌어 버리기 마련이니까요. 나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다른 부분이 꼭 나와요. 배경부터 사람까지 바꿔버리잖아요.
그런 것의 연장선 같은 거 아닐까요.
작가가 하고 싶은 말..
아니면 말구요.
흡사 거대한 수수께끼 같은 이 작품은 이 공간의 용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상상을 자극합니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된 붉은 빛의 나무 벽은 장인이 여러 차례 덧바른 유약으로 반짝입니다.
이 방은 무엇을 위한 방일까?
탬버린은 왜 바닥 한 가운데에 포개어져 있을까?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천장의 문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작가는 익숙한 사물을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연출함으로써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해 각자의 잠재된 이야기를 이끌어내려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이나 미술치료등에서 쓰일 것 같은 방식 같아요. 작품을 보고 내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겠죠. 그리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다른 나를 만날 수도 있을 거에요.
파란 하늘과 초록 들판의 풍경이 파편화되어 부서진 일상처럼 펼쳐집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듯 조각난 캔버스와 합판은 이전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재구성된 풍경>연작은 쓰임을 다했거나 버려진 합판들 위에 풍경화를 그려 파괴한 후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완성됩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풍경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도 여전히 또 다른 풍경을 펼쳐내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파괴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상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제각기 모두 다른 조각과 모양으로 분절된 하나의 풍경은 같은 것을 바라볼지라고 다르게 인지할 수 밖에 없는 감각의 한계와 실재를 이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풍경화이긴 풍경화인데 아마도 우리?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포함시키지 않겠어요.)아마도 저같으면 캔버스가 깨지고 망가졌다고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고, 이 작가님은 일부러 부셔서 작품을 만드신거고 뭐 그런 차이..
길게 늘어진 수많은 선들이 마치 공간을 에워싼 검은 연기 같습니다.
전시실 중앙에 혼자 덩그러니 놓인 책상 위로 문자들이 공중에 흩어집니다.
책상은 기억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과정의 상징물입니다. 접이식 상판안으로 여러개의 서랍과 칸막이 등의 작은 수납공간이 있는 이 가구는 흔히 집필용 책상이라고 불리며 주로 편지나 문서 작업을 위한 글쓰기에 사용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해 온 무한한 텍스트들이 구조를 잃고 해체되면 무엇이 남을까요?
잃어버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망각의 실로 흩어지는 이공간에서, 손때묻은 책상은 마치 기억의 보존자로서 잠시 멈춰 선 듯합니다.
처음에 책상이 아니라 피아논 줄 알았어요
저런 분위기에는 왜인지 피아노가 자주 등장했었던 것 같았거든요.
한 사람이 줄곧 집필 했던 책상.
수많은 글자, 이야기가 쓰였겠죠. 사람은 떠나가도 그 이야기은 살포시 스며들어 책상과 그 주변의 모든 사물 공기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을거에요. 작가의 작품처렁 둥둥 떠다니고 있을수도 있겠죠.
오블완이 끝나고 조금 느긋하게 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동안 퀄리티도 떨어진 것 같고 조급했던 맘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였거든요.
억지로 매일은 못써도 매일에 가깝게 쓰려는 노력은 해봐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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