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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동양미술: 한국 호랑이 1

by nikaj 2024.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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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미술: 한국 호랑이

 
현대 미술 정리를 대략적으로 끝내고나서 개인적 취향이기도 하지만 꼭 한번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기에 호랑이, 그 중에서도 한국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과 호랑이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한국 지도

제가 아주 아주 꼬꼬마 시절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토끼라고 이야기하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어느 순간 호랑이가 어흥 하고 나타나더니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어요. 전 호랑이 좋아하니까 그런가보다 했지만 토끼는 어디 갔을까요?
 

호랑이는 없지만 호랑이의 나라

옛날이야기에는 그리도 많이 나오는 호랑이건만 왜 지금은 에버랜드에나 가야 겨우 몇 개체 볼 수 있는 그런 지경이 되 버린 걸까요?
저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종종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말씀해주셨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요.
그리고 그 할머님의 어머님, 저의 증조할머님께서는 젊은 시절 호랑이 산신님께 산신제를 지내는 것도 보신 적이 있으셨대요.
 

그럼 적어도 그때까지는 호랑이가 우리와 함께 했었단 말이겠죠.

 
호랑이의 본격적인 1차 비극은 우리 모두의 비극인 그 시절에 일어나요.
해수구제 정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으로, 실은 그들은 호랑이를 숭배하고 좋아했어요. 호랑이가 나오지도 않는 나라에서 호랑이 그림을 그렇게나 그려대고 지금까지 문신도 엄청 하잖아요.
단지 그들은 조선의 정기를 없앤다는 목적과 호랑이 가죽, 뼈 등이 가지고 싶었던거죠.
더 비극은 호랑이 사냥에 익숙했던 우리의 사냥꾼들이 돈을 받고 그들의 일꾼이 되어 말살의 일조를 했다는 거랍니다.
 
그 때 많은 수의 호랑이 표범(표범도 호랑이라 불렀어요)을 포함한 야생동물들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2차 끝장내기가 일어났죠.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그 사건, 전쟁이요.
다 싹 엎어버렸는데 동물인들 살아있었겠어요. 아주 끝장을 내준거죠,
그렇게 호랑이는 한국을 떠났습니다.
 
북한에는 조금 있다는데 제발 진짜 있길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그럼, 이젠 그림을 볼까요?

김홍도 송하맹호도 호암미술관 비단에 채색 90.4×4.8Cm

 
여백과 소나무 호랑이 간의 구성이 완벽합니다.
 
그리고 한국 호랑이의 특징을 굉장히 잘 살렸는데,
모델 호랑이를 장시간 앞에 세워 놓고 그린 것처럼.
 
한국 범은 귀가 다부지게 작아 당찬 느낌이 있고 꼬리가 아주 굻고 길어 천지를 휘두를 듯 한 기개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허리가 길고 다리는 짧은 편이며 발이 소담스럽게 크다고 해요.
육중하면서 동시에 민첩하고 또 유연해보이고, 얼굴은 위엄이 있으면서 도도하다는 느낌.
 
딱 그렇게 보이지 않나요?
 
 

임희지,김홍도 죽하맹호도 개인소장,비단에 먹과 엷은 색,91.0×34.0Cm 임희지는 대나무를 김홍도는 호랑이를 그림

 
호랑이는 몸을 곧추세우고 화면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인데 터럭 한 올 한 올이 정교하게 묘사되었으며, 호랑이의 흰 눈썹과 수염은 한껏 뻣뻣하게 서 있는데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보는 호랑이의 표정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을 줍니다. 
 
 
송하맹호도랑은 다른 느낌이지만 죽하맹호도의 호랑이도 당당해보이고 조금은 무서워보이기까지해요,
김홍도선생님의 호랑이는 한국범의 특징을 털까지도 너무 잘 살려서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맹호도 작자미상 조선,18세기,축, 종이에 먹,195.8×71.3Cm 국립중앙박물관 M67

 
심사정의 낙관이 있어 심사정의 그림으로 알려졌으나 그림에 있는 甲午의 연기가 1714년 혹은 1774년으로 심사정의 활동기간과 맞지 않아 작자미상으로 여겨지는 그림
 
獰猛磨牙孰敢逢 愁生東海老黃公
于今跋扈橫行者 誰識人中此類同
 
용맹스럽게 이를 가니 감히 맞설 수 있겠는가?
동해의 늙은 황공은 시름이 이니
요즈음 드세게 횡포스러운 자들
이 짐승과 똑같은 인간인 줄 누가 알리오.
 
 
 
이그림은 산에서 나오는 호랑이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앉아있거나 누워있지 않고 행동에 나선 동적인 모습으로 난세를 바로 잡고자 일어나는 군자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호랑이의 패기 넘치는 눈은 백수의 왕이라는 별칭 그대로 호랑이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어요.
 
 
저도 오랫동안 심사정 선생님 작품으로 알고 있던 작품입니다.
이 호랑이도 엄청 좋아하는 호랑인데
김홍도 선생님 호랑이랑은 또 뭔가 다른면서 멋있죠. 굉장히 매력적인 눈을 가지고 있어요. (개취입니다.)
 
 
여튼 그림에서의 한국범은 다부지고 눈이 살아있고 꼬리도 이쁘고 입은 앙 다물고 있다. 자알 생겼다. 멋있다.
 
뭐 그렇습니다. 덕후의 평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세요.
다 그런 건 아닌데 비교를 위해서 일부러 이 그림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입을 벌린 호랑이 그림이 많긴 합니다. 조각도 그렇고)

바람을 일으키는 호랑이의 포효,마루야마 오쿄,에도시대,축 비단에 색, 도쿄국립박물관

 
일본 에도시대의 그림입니다
제목은 멋있어요
바람을 일으키는 호랑이의 포효
 
아까도 말했지만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습니다.
원숭이가 많죠.
 
그래서 그런지 이빨보이고 혓바닥 보이는 호랑이가 종종 보입니다.
 
저는 약간 큰 고양이 같아 보이는데
그냥 제의견입니다.
 
 
 
한국 호랑이 그림이아닌  이그림을 꺼낸 이유는
 
 
비로 밑↓ 김은호 화백의 그림에 참고가 될까해서입니다.
 
 

호랑이 김은호 비단에 채색 1930년대

 
이 분은 나름 유명하셨답니다. 그 시대에
일본에서 미술 공부를 하셨다니 그쪽 영향을 많이 받으셨겠죠.
호랑이가 참 단아해졌습니다.
꼬랑지는 아주 가늘어지고 표정은 새침해지고 귀도 조금 커지고
 
무슨 사정이 있으셨는지 모르겠으나 대표적인 잘나가는 친일 화가셨다고 해요.
그래서 호랑이도 고양이화가 되었나봐요. (이것도 제 생각)
한국식 호랑이는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도 호랑이 관련 전시회를 하거나 송하맹호도나 죽하맹호도, 맹호도가 어디에 잠깐 놀러나왔다 하면 바로 구경갑니다.
실물 영접은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보고 보고 또 봐도 멋있고 잘생겼습니다.
 
언젠가 우리 땅에 어흥 소리가 들릴 날이 올까요?
 
 
다음은 민화 속 호랑이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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